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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의 대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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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씨암 컨트리 클럽 올드 코스에서 치러진 ‘LPGA HONDA CLASSIC 타이랜드 2013‘ 대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일주일 동안 많은 골퍼들의 이야기 주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지요. 다잡았던 우승을 놓친 태국의 슈퍼루키 “아리야 주타누가른” 선수는 한국 골프팬들에게 당분간 잊지 못할 이름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은 우승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 때문에 마지막 홀에서 “무너졌다”라고 하지만 박 프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승을 확신함에 붕~~ 떠서 삼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홀 티샷을 이전 홀들에서 보여준 본인의 리듬 보다 조금 빠르게 하는 것을 보고 많이 긴장했나 보다 싶었습니다. 이미 14번홀 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까지 했으니 기분이 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미 승리의 여신이 자신에게 미소 짖고 있다고 느껴졌을 것입니다.

 

 

마지막 18번홀은 475야드의 비교적 짧은 파 5홀.

언덕위에 심하게 굴곡진 그린과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들이 있었지만 남은 거리는 200야드 남짓. 배수구 옆에 떨어져 있던 왼발 내리막 경사의 볼 상태에서 아리야 선수는 3번 우드를 선택했습니다.

 

 

장타자 아리야에겐 문제될 것이 없는 거리였지요.

혼다 클래식이 개최되는 올드 코스에서만 백번에 가까운 연습 라운딩을 했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많은 준비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멋지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홈코스의 자국 팬들에게 버디나 이글로 보답을 하고 싶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LPGA대회에서 태국 여성 최초로 우승하는 선수로 기록되고, 이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대우는 생각만 해도 짜릿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지요.

공은 둥글어서 어디로 갈지 모르고, 장갑을 벗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

골퍼들 사이에 회자되는 식상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가 현실의 악몽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18번 홀에 오기 전부터 계속된 행운은 어린 소녀의 마음을 통재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버렸고 승리를 예감한 기쁨에 취해 상기된 미소를 감출 수 없는 아리야는 계속해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현재를 벗어나 미래에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고나 할까요?

 

 

박 프로 역시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3온에 원투펏으로 파나 버디 또는, 최악의 경우 보기까지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했을 것입니다.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하고 적절한 조언을 해줘야 할 캐디마져도 이미 우승한 듯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은 체 같이 흥분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약간은 불안했습니다.

 

 

아리야는 이미 2,3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연속 두 차례의 보기를 했었습니다.

그랬으면 더욱 더 신중하게 플레이를 했어야 했는데....정말 대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태국 최고의 영자 신문인 Bangkok Post는 1면 톱으로 “대재앙”이라는 제목을 썼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샷을 친 후 순간적으로 채를 놓으며 뭔가가 크게 잘못 되어 감을 느낀 듯 했지만 그 잘못된 분위기가 자기 자신이 야기한 문제임을 파악하는 현명함이 17살 어린 소녀에게는 없었습니다.

 

 

언플레이볼을 선언하고 1벌타를 받은 후 벙커에서 친 4번째 샷이 길어서 그린을 훌쩍 넘어가 버렸지요.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리야는 퍼터로 어프로치를 시도했으나 어이없이 짧았고, 다시 홀컵을 향해 퍼팅을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며 공은 1.2m쯤 뒤에 멈춰섰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더블보기 펏에 망연자실한 아리야의 표정은 보는 제가 안타까울 정도였고, 마지막 홀에서 보여주는 샷들은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백돌이 골퍼들의 삽질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홀인원과 버디를 몰아치던 절정의 샷 기량은 어디로 갔는지...

허둥대며 울그락 불그락하는 표정은 도저히 프로라고 보기 힘든 정도로 평정심을 잃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수천 번도 더 성공했을....

만약 그랬다면 박인비 선수와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던 그 짧은 펏마저도 거짓말처럼 홀컵을 돌아 나오는 운명의 장난 같은 얄궂음에 언니의 품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마는 아리야 주타누가른...

 

 

박 프로보다는 휠씬 어리지만 박인비 선수의 파워풀하면서도 간결한 스윙과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굳건한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더불어, 아직은 어린 아리야 주타누가른 선수에게 이번 경기가 좋은 약이 되길 바랍니다.

 

경기가 끝나고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선수와 연장전만 20개 홀을 치른 끝에 분패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 선수가 생각나더군요. 아리야는 추아시리폰 못지않게 많은 골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듯 합니다.

 

 

아리야의 언니인 “모리야 주타누가른” 역시 태국의 유명 골프 선수입니다.두 자매는 요즘 골프 천재라고 불리우는 “리디아 고”, 미국의 '차세대 기수' 알렉시스 톰슨등과 함께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주목받는 유망주입니다.언니 모리야는 지난해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마쳤고, 동생 아리야 역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퀄리파잉스쿨에 수석 합격했을 정도로 인정받은 선수입니다.

 

다시한번 아리야 주타누가른 선수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즐거운 골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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