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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버디 퍼팅을 놓쳤습니다.

다음 홀에서 또 놓쳤습니다. 화가 안 날 수가 없지요.

이제는 짧은 퍼팅도 안 들어갑니다.

18번 홀 마지막 짧은 보기 퍼팅마저 홀 컵을 돌아 나왔습니다.

퍼터를 집어 던지고 싶습니다.

갑자기 귀신같이 버디를 잡는 친구의 퍼터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최신 퍼터에 관한 이야기들이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퍼터를 바꿔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퍼터를 바꾸면 퍼팅 실력이 좋아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그렇다는 말씀을 못하겠습니다.

새 퍼터로 바꾸면 일단 기분이 신선합니다. 그래서 집중이 잘 됩니다.

신기술이 적용되었다니 왠지 믿음이 갑니다. 비싼 돈을 주었으니 돈 값을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퍼팅이 안 들어가도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그렇다는 핑계를 댈 수 있습니다.

손에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안하던 퍼팅 연습도 하게 됩니다.

이래 저래 마음 편하게 퍼팅 할 이유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퍼팅이 잘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신선함은 사라집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가격도 계속 올라갑니다.

이제 손에 익숙하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이 게으르다는 고백처럼 들립니다.

만약 다시 짧은 버디 퍼팅을 두 개 연속 놓치면, 또 새로운 퍼터를 사야 할 까요?

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면 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생각합니다. 돈을 주고 새로 구입한 퍼터에 믿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산전수전 같이 겪은 익숙한 퍼터에도 믿음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타이거 우즈는 199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퍼터를 현재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메이저 대회에서만 10승 이상을 올렸습니다.

필 미켈슨, 2003년 당시 시중에 나와 있던 모든 종류의 최첨단 퍼터들을 가지고 갖가지 테스트를 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주 어릴 때부터 사용해 온 구식의 L자형 퍼터를 들었을 때 가장 오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퍼터를 가지고 오랜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었고, 추가로 메이저에서 두 번 더 우승했습니다.

일자형이 좋을까, 반달형이 좋을까, 아니면 투 볼이 좋을까? 최근에는 쓰리 볼 퍼터까지 보입니다.

그런데, 별로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없지 싶습니다.

퍼터를 전문적으로 피팅 해 주시는 분을 찾아가 물어보면 됩니다.

아니면 적당히 마음에 드는 두 세 가지를 골라서 몇 번 쳐 보고 느낌이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도 됩니다.

진정한 차이는 다음부터죠.

오래된 것이든, 새것이든 일단 들고 나가 1m 퍼팅 100개를 연속으로 성공할 때 까지 연습을 합니다. 그 때까지 실전에서 산전수전을 함께 겪는 것입니다. 그러고도 버디를 잡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버디를 놓쳤다고 퍼터를 집어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진정한 실력자란 믿음이 쌓일 때까지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 골프관련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

"골프 구력은 골프를 시작한 기간이 아니라 연습을 한 시간이다"

즐거운 골프하시길 바랍니다.